메뉴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QUICK MENU

서브메뉴

서브 콘텐츠

제목 경주 지진 때 석면먼지는 어디로 갔을까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6-10-11
첨부파일

앞으로 지진 발생 시의 행동요령에는 석면건축물일 경우 어떻게 석면먼지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평소에 숙지되어야 한다.

 

아차 싶었다. 경주 지진 뉴스를 살피다가 포항의 한 고등학교 자습실에서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져내린 보도사진을 보고 나서다. 처음 이 사진을 보고 지진이 심했구나, 학생들이 다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형광등 주변의 떨어져나간 천장마감재, 즉 텍스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 천장텍스가 바로 석면이 함유된 석면마감재이기 때문이다. 지진 관련 뉴스를 보며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핵발전소는 괜찮을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가 정작 석면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떨어진 텍스는 조각 나서 교실 곳곳에 흩어졌고, 석면먼지를 흩날렸을 것이다. 형광등이 떨어져내릴 정도면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모든 천장텍스가 조금씩 뒤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금이 간 곳도 많을 것이고, 이전에 금이 가 있던 곳은 뒤틀림의 정도가 심해졌을 것이다. 파손된 곳으로부터 발생한 석면먼지가 교실을 뒤덮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물이 지진의 진동을 흡수하는 내진기능을 갖추었다면 석면문제가 없을까? 내진설계는 건물의 근간인 철골구조에서 지진의 진동을 흡수해 견뎌내는 것이므로 건물이 흔들리는 것 자체를 막아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천장재가 석면자재인 이상 석면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경주 지진으로 건물피해가 발생한 학교는 모두 298곳이다. 이 중 83.2%243개 학교가 석면자재를 사용하고 있고, 지진으로 천장자재가 떨어지거나 갈라지고 벽면이 갈라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지진 진앙지와 가장 가까운 경주지역의 경우 65개 초··고교가 석면위험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와 환경부는 먼지 발생이 안 됐다며 석면비산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교실의 먼지를 채취해 전자현미경으로 검사해보지 않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2.jpg

 

피해 입은 학교 중 83%가 석면자재

20167월 현재, 전국 2만여개의 학교 중 68.2%14200개의 학교건물이 석면이 사용된 석면건축물이다. 석면의 위험성이 계속 지적되면서 교육당국이 매년 예산을 확보해 500여개 학교씩 석면을 제거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학생과 교직원들이 석면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릴 예정이다.

 

5년 전인 20113월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처음에는 사망자와 실종자의 문제에 집중되었다. 곧이어 핵발전소가 연이어 터지면서 이후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석면문제가 불거졌다. 엄청난 지진해일이 해안도시를 쓸어가버린 자리, 핵발전소가 터져 방사능을 피해 수천, 수만명이 원전피난민이 되어 버린 그런 현장에서 석면문제는 어쩌면 사치스런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후쿠시마 대지진의 경우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내린 상황이어서 파괴된 건물의 잔재를 치우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문제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9만개의 방진마스크를 배포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날씨가 더운 상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쉬기가 어려워져 작업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20157월에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2014년도 석면 대기농도 조사결과를 보면 이전에 비해 대기 중 총석면섬유농도 수가 약간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는 전국 29개 지점, 60개 장소에서 2005년부터 매년 같은 지점에서 대기 중 석면농도를 조사하여 연도별 추이를 비교해보는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문제는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년보다 약 2~3배나 대기 중 석면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었고, 그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다음해인 2012년 조사를 보면 예전에 석면원료를 사용해 석면섬유제품을 만들었던 사업장의 경우 0.1/L에서 0.21/L로 두 배가량 늘었고, 배경지역이라 부르는 일반지역인 상공업지역에서는 0.12/L에서 0.33/L로 늘었으며, 최대 6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었다. 그리고 2014년 조사결과를 보면 대기 중 석면농도는 후쿠시마 대지진 이전의 상태, 그러니까 2010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 높은 수준의 석면농도를 보이고 있었다. 지진 발생 3년이 지났지만 지진으로 인해 증가된 대기중의 석면오염도가 정상치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3.jpg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재앙 속에서 함께 발생한 석면문제의 극단적인 예가 하나 더 있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의 경우다. 석면덩어리라고 할 정도록 석면이 많이 사용된 대표적인 건물이었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의 붕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석면먼지가 폭풍처럼 발생했고, 주변을 오염시켰다. 과학자들은 당시 사고현장에서 또는 인근에서 거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석면질병의 발생 여부를 오랜 시간 추적조사하고 있다.

 

경주 지진은 지진과 원전위험이라는 문제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되는, 한반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전국 곳곳에서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더불어 경주 지진은 지진과 석면위험이라는 문제가 뒤따른다는 사실도 일깨우고 있다. 앞으로 지진 발생 시의 행동요령에는 석면건축물일 경우 어떻게 석면먼지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평소에 숙지되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각자가 이용하는 건물이 석면건축물인지 알아야 한다. 둘째, 석면자재가 건물의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대개 천장마감재, 화장실 칸막이, 슬레이트 지붕재 등이다. 셋째, 먼지 발생을 막는 석면건축자재의 안전관리 방법을 평소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넷째, 지진으로 석면건축자재 파손 시 행동요령이 숙지되어야 한다. 특히 천장의 석면텍스가 파손되어 떨어져 내리는 상황이 중요한데, 화재 시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대피하는 지침과 비슷한 동작으로 석면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석면지도 비치법적 의무 강화해야

지진과 석면문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두 가지 재난이 연이어 닥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행법은 학교 등 공공건물과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해 석면지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학교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들이 석면지도라는 게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갖춰 놓기 위한 행정서류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다. 앞으로 석면교육은 화재나 지진 시의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과 훈련 시에 반드시 함께 안내되어야 한다. 또 건물의 석면지도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누구나 알게 해야 한다. 아파트나 상가건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화장실 천장이 석면자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주공아파트의 경우에는 창틀 코팅재나 바닥장판자재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상가건물의 경우는 복도와 화장실 칸막이재가 대부분 석면텍스로 되어 있다. 농가건물의 경우 지붕 슬레이트가 모두 석면인데, 지진으로 무너져 내리면 방치하지 말고 한쪽에 모아 비닐로 싸두어 밟거나 먼지가 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궁금하다. 앞에서 소개한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져 내린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실바닥의 석면텍스 조각들을 누가 어떻게 치웠을까? 교사가 했든 학생이 했든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빗자루로 먼지를 일으키며 쓸어냈을 가능성이 크다. 아찔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610041605161#csidxfea02aa091e86e0857b5c17176c6036

 

 

목록
Total 58, 6/6 Page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8 국민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미세먼지 관리 특.. 운영자 2016-10-12 1731
7 침묵의 살인자, 라돈 운영자 2016-10-11 822
6 옥상녹화의 필요성 운영자 2016-10-11 1481
5 옥상녹화를 통한 환경적 효과 운영자 2016-10-11 1246
-4- 경주 지진 때 석면먼지는 어디로 갔을까 운영자 2016-10-11 1223
3 1급 발암물질,석면의 위험성 운영자 2016-10-11 1983
2 안전한 실내환경을 위한 실내공기질관리법 개정.. 운영자 2016-10-11 887
1 미세먼지와 실내공기질관리법 운영자 2016-10-11 783

1 2 3 4 5 6